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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과 4학년의 카투사 입영? 요약 : 카투사 붙으면 진짜 가야됨. 중간에 의사 된다고 공보의로 빠지고 이런 경우 있을 수 없음. @@현역병 입영을 취소할 수 있는 경우는 (카투사 포함) 다음 3가지. 아파서 / 부모님 위독 / 재난상황(코로나19 감염 등). 개인적 변심으로 인한 사유는 인정되지 않음.@@ 1. 카투사 지원을 해서 붙는 경우 > 너가 졸업하든, 의사가 되든 무슨 일이 있어도 위 3가지 경우가 아니면 무조건 가야함. 그럼 붙어도 공보의/군의관으로 빠질 수 있나? 아예 다른 이야기임 원래는 우리가 1월에 시험봐서 2월에 면허가 나오면 2월에 의무사관후보생 신청을 받는다고 함. 그래서 인턴 레지던트를 할 사람들은 그걸 신청하고 수련을 하면 둘 중 하나로 빠지게 되는 것. 너는 이미 카투사 지원을 했고 붙었기 때문에 별개... 2020. 9. 11.
어른 즈음에 말에는 이상한 힘이 있어서, 입 속으로 되뇌기만 하던 말도 내뱉고 나면 한층 더 그 힘이 공고해지는 느낌이 든다. 어릴 적부터 나는 차마 내뱉지 못하고 뒤로 기꺼이 삼킨 말들이 많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내게는 오직 끈기만이 남았다. 어릴 적 나는 수학을 좋아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으니 아름다운 것이라 했었나. 잘하지는 못했으나 그런 까닭에 더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똑 부러지는 학문에 뜻을 둔다면, 나도 어쩌면 매사에 논리적이고 그럴듯한 삶을 영위하게 될 것을 굳게 믿었다. 그리고 의학은 그러한 이유 아래에서라면 어떻게 보아도 더할 나위가 없어 보였다.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직접 마주한 의학은 수학보다는 살아 숨 쉬는 생명을 담보로 한 경제학에 가까웠다. 한가운데서 방향을 잃은 나는 파도를 만.. 2020. 5. 24.
수술방은 처음이라 바둑의 고수들에게 입문 과정을 얘기해 달라고 하면 대부분 어깨너머로 배웠다고 말한다. 바둑 천재로 불리는 이창호 역시 기력 10급의 할아버지께서 벌이던 대국을 보면서 처음 바둑을 접했다고 한다. 오랜 관전을 통해 검은 돌과 흰 돌이 교차하며 승부를 가르는 반상을 읽는 수를 익혔다는 것이다. 수술방의 차가운 공기는 이곳이 바깥과 철저하게 분리된 공간임을 늘 상기시켜준다. 인턴과 간호사들, 집도의의 일사불란한 태도와, 각종 수술도구들이 근육, 지방을 자르고 피를 지혈하면서 나는 냄새는 나를 마치 저 멀리 우주로 데려다 놓은 듯했다. 실습학생들은 의사나 간호사가 쓰는 파란 모자를 쓰지 않고, 노란 모자를 쓰게 되어 있는데, 간호사 선생님은 그걸 보더니 마치 병아리 같다며 웃으셨다. 외과 실습과 내과 실습의 가.. 2020. 5. 24.
귀여우면 다냐 아기들은 다 귀엽다. 여기서 잠깐. 귀엽다는 것은 어떤 감정일까? 단순히 예쁘다. 잘생겼다 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2016년 5월에 옥스퍼드에서 진행된 연구(On Cuteness: Unlocking the Parental Brain and Beyond, Morten L. Kringelbach)에 따르면 아기들은 큰 눈, 통통한 뺨, 앙증맞은 코, 전염성 있는 웃음, 부드러운 피부 그리고 매혹적인 냄새로 우리를 유혹하는데, 이러한 모든 특징들이 '귀여움'에 기여하며 보호본능을 자극시킨다고 설명한다. 유아들이 생존하고 잘 자라기 위해서는 부모든, 어떤 사람이든 끊임없는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눈으로만 보이는 특징뿐만 아니라 냄새나 소리가 귀여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흥미롭다. 강아지의 발에.. 2020. 5. 24.
짧지만 강렬했던 첫 경험 어느 병원의 중환자실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신장내과가 전담하고 있는 중환자들의 경우에는 이미 신장뿐만 아니라 심근경색, 폐부종과 같은 형태로 심장과 폐에까지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은 분들이 많다. 물론 중환자실이라고 해서 그런 분들만 있는 건 당연히 아니다. 5년 전쯤 시행한 방사선 치료로 인해 발생한 수신증(콩팥에 물이 차는 질환)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한 환자는, 해당 부위를 확인하고 처치한 후엔 드라마틱한 호전을 보인 적도 있다. 말 그대로 산 송장으로 병원으로 들어왔다가 제 발로 걸어 나간 케이스다.(방사선 치료의 후유증은 3~5년이 지난 후에 비로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투석을 시작했다는 말은 이미 신장기능이 거의 못쓰게 되었다는 말과 같다. 만성 콩팥병의 단계를 나눌 때, eGFR(사구체.. 2020. 5. 24.
인생이 재미가 없나요 정신건강의학과(이하 정신과) 역시 다른 과들과 마찬가지로 실습 중 파견 일정이 있다. 찾아간 병원의 부원장님이 해주신, 기억에 오래 남은 수업내용으로 글을 시작하려 한다. 정신의 뜻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용(中庸)에 따르면 '정'과 '신'은 쉽게 말해 각각 '기능'과 '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저기 의자도 정신이 있습니까? (일동침묵) 있죠. 의자도 사람을 앉히는 '기능'과 앉을 수 있는 모양의 '틀'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의자가 원래 기능과 틀에서 벗어나, 지진이 나지 않았는데도 움직이면 그때 정신이 나갔다, 귀신이 들렸다는 식으로 표현을 하는 것입니다. (일동 감탄) 의자의 정신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 바로 '철학'입니다. 그중 주로 인간의 '정신'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 2020.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