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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방은 처음이라 바둑의 고수들에게 입문 과정을 얘기해 달라고 하면 대부분 어깨너머로 배웠다고 말한다. 바둑 천재로 불리는 이창호 역시 기력 10급의 할아버지께서 벌이던 대국을 보면서 처음 바둑을 접했다고 한다. 오랜 관전을 통해 검은 돌과 흰 돌이 교차하며 승부를 가르는 반상을 읽는 수를 익혔다는 것이다. 수술방의 차가운 공기는 이곳이 바깥과 철저하게 분리된 공간임을 늘 상기시켜준다. 인턴과 간호사들, 집도의의 일사불란한 태도와, 각종 수술도구들이 근육, 지방을 자르고 피를 지혈하면서 나는 냄새는 나를 마치 저 멀리 우주로 데려다 놓은 듯했다. 실습학생들은 의사나 간호사가 쓰는 파란 모자를 쓰지 않고, 노란 모자를 쓰게 되어 있는데, 간호사 선생님은 그걸 보더니 마치 병아리 같다며 웃으셨다. 외과 실습과 내과 실습의 가.. 2020. 5. 24.
인생이 재미가 없나요 정신건강의학과(이하 정신과) 역시 다른 과들과 마찬가지로 실습 중 파견 일정이 있다. 찾아간 병원의 부원장님이 해주신, 기억에 오래 남은 수업내용으로 글을 시작하려 한다. 정신의 뜻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용(中庸)에 따르면 '정'과 '신'은 쉽게 말해 각각 '기능'과 '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저기 의자도 정신이 있습니까? (일동침묵) 있죠. 의자도 사람을 앉히는 '기능'과 앉을 수 있는 모양의 '틀'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의자가 원래 기능과 틀에서 벗어나, 지진이 나지 않았는데도 움직이면 그때 정신이 나갔다, 귀신이 들렸다는 식으로 표현을 하는 것입니다. (일동 감탄) 의자의 정신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 바로 '철학'입니다. 그중 주로 인간의 '정신'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 2020. 5. 24.
기본이 기본이다 늦은 밤, 혼자 침대를 뒤척이던 와중 추천 재생목록에 있던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을 봤다. 극 중에서 최고의 스펙으로 입사한 장백기는 첫날부터 상사인 강대리에게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등 의욕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장백기에게 주어진 업무는 엑셀 정리다. 하지만 맡겨진 엑셀 업무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던 장백기는 강대리가 본인을 이유 없이 미워해 그런 업무만을 주는 것으로 오해하고 급기야는 강대리에게 날을 세운다. 장 : 제게 기본을 가르친다는 건 핑계일 뿐이고 그냥 저를 싫어하시는 걸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데요. 강 : (한숨) 이건 누가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관점에서 당신을 판단할 만큼 당신을 알지도 못하고요. 스스로를 드러내고 돋보이고 싶은 의욕이 앞서면 조급 해지는.. 2020. 5. 24.
저널리뷰 : Quantifying sars-cov-2 transmission suggests epidemic control with digital contact tracing (코로나 19 관련) 2020년 5월 8일, Science에 실린 Research article입니다.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런 방식이 잘 작동할지 의문입니다. 또한 Homogeneous한 사회에서는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Introduction •Until vaccines are widely available, effective prevention approaches are case isolation, contact tracing, quarantine, physical distancing, decontamination and hygiene measures. •Crucial importance to understand the routes and timings of trans.. 2020.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