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005년 당시 전국 오직 한 곳에서만 개봉된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도입부는 은하계의 고속도로 건설로 인해 철거되기 직전 지구로부터 지나가던 우주선에 히치하이킹을 얼떨결에 하게 된 한 주인공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이제 지구라는 고향을 잃은 우주 난민의 처지로 우주를 여기저기 불쌍하게 돌아다니며 여러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전에 책을 한 권 받는다. 책의 이름이 바로 영화 제목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이며, 책의 표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DON'T PANIC. 일단, 겁내지 마세요 잘 모르면 용감해진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무지는 본질적으로 인간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전부터 자신이 잘 설명할 수 없는 분야에서도.. 2020. 4. 7. '정의란 무엇인가' 짧게 읽기 정치. 신문에서 1면을 가장 크게 장식하고 내 생각에는 경제와 더불어 세상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축 중 하나이지만 왠지 딴 세상 이야기처럼 멀어 보인다. 작년 한 해는 일단 나에게 모든 면에서 아주 역동적이고 중요한 한 해였다. 대학병원의 임상현장을 멀리서 보면서 느낀 점이 가장 많았지만 그것 외에도 사회 전반적인 현상을 보면서 깨달은 게 많았다. 조국 사태와 그에 따라 극단적으로 나뉜 여론들이 기점이었다. 물론 이런 일들이 다른 정권에서도 비일비재했다는 것도 알지만 이번 일처럼 나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건은 처음이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대체 정의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답을 찾아보려는 나름의 시도 중 하나로 마이클 샌댈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베스트셀러가 된 지 근 10년이 .. 2020. 1. 6. 부자가 되고 싶다면 책 서평 날로 견고해지는 사회 구조 속에서 새로운 성공을 꿈꾼다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그렇지만 바위를 깨부수는 사람들은 늘 있기 마련이다. 성공한 스타트업은 주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새벽 배송의 새 시장을 연 마켓 컬리, 치과의사를 그만두고 뒤늦게 창업에 뛰어든 이승건 대표의 토스 등등. 개인적으로 가장 혁신적인 스타트업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쏘카의 이재웅 대표의 평소 생각을 한 번 들어보자.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엔 기존의 아주 오래된 패러다임에 따라 만들어진 법령들이 많다. 자동화와 인공지능(AI)으로 노동시간이 줄면 사람들의 경제적ㆍ사회적 자유도는 증가해야 맞다. 현실은 반대다. 수중에 돈은 더 없고 일은 더 해야 하고 저임금 노동은 늘고…. 사람들의 .. 2020. 1. 3.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책 서평 우선,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아버지가 된 사람들과 언젠가 아버지가 될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쓴다. 나아가서는 주변 남성을 이해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의학을 공부하다 보면 대개 65세 이상을 elderly, 즉 노인으로 정의한다. 물론 기타 다른 건강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가이드라인 상으로 고령 환자에 해당이 되면 우선 치료나 향후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똑같이 무릎에 관절염이 심하게 있어도 58세 남자 환자와 아스피린을 복용 중인 86세 여자 환자의 치료는 당연히 다르다. 58세 남자 환자라면 TKR(슬관절 치환술)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심장 문제 때문에 아스피린을 복용 중인 86세 여자 환자는 출혈 위험성과 나이 때문에 수술보다는 가.. 2020. 1. 3. 저는 이제 책을 읽겠습니다. 떡을 썰어 주세요. 저는 이제 지쳤습니다. 정말로요. 뭐 대단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닌데 긴 수업이 끝나거나 시험이 끝날 때마다 PC방으로 달려가서 몇 시간이고 졸려서 쓰러질 때까지 게임을 하던 제 생활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건가 하고 회의감이 들기도 했고요. 게임이 얼마나 재밌고 잘하든, 누구와 하든 제 실제 삶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제 책을 읽겠습니다. 사실 평소에 책을 적게 읽는 편은 아닙니다. 나름 관심이 있어서 방학 때마다 두세 권씩은 읽었죠. 지난 겨울에는 뉴질랜드 여행을 갔습니다. 뉴질랜드는 와이파이 인심이 박한 나머지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멀리까지 가서 늦저녁 나무 아래에 캠핑카를 세워놓고 , , 를 읽었습니다. 백.. 2020. 1. 3. 울릉 기행 2019년 여름. 간밤에는 비가 내렸다. 하늘은 여전히 흐렸고 늘 저 멀리 보이던 산의 능선은 오늘따라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밖이 어색하지 않았다. 여행을 많이 다녀서 그런가? 방학이 되면 부모님을 따라 가끔 비행기를 타던 기억이 난다. 조금이라도 멀리 갔다 하면 주변 지인들에게 기념품이 필수였던 때다. 산 역시 많이도 다녔다. 소백산, 태백산, 지리산, 주왕산 등등. 내려올 생각은 않고 앞만 보며 겁 없이 오르기만 시절이 아주 그립다. 초등학교 때 여행을 다녀온 뒤 '현장학습 보고서'를 끄적이던 버릇이 남았기 때문에 글을 쓴다. 여행은 내게 집으로 돌아가기 전 반드시 거치는 일종의 절차이자 집의 편안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하나의 의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를 갈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 2020. 1. 3. 이전 1 ··· 8 9 10 11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