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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일기

생각의 깊이에 관하여

by 절실한 사람 2020. 10. 21.

국시 공부가 한창이다.

 

개인적으로 의학 공부가 까다로운 점을 몇개 들자면,

 

1. 그 최신지견이 시시각각 바뀜

2.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점이 많음. 학생 수준에서 어디까지 알아야 하나?

3. 양이 방대함

 

정도다.

 

왜 이 문제를 가져왔느냐 하면, 같은 문제를 같은 학년 학생이 보아도 얼마나 관점이 달라질 수 있는지 적어보려고 한다.

 

덧붙여서, 공부를 할 때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앞으로 주의하도록 하기 위해서.

 

A, B, C 세 학생이 있다. 모두 문제를 읽고 다른 생각을 한다.

 

A : 음 주 호소 증상은 기침이네. 3주 동안이면 아급성 기침이니까 감염후기침이 제일 흔하지. 엥 근데 항생제, DM, Alcohol hx는 좀 뜬금없는데... 그래도 가래가 없으니까 일단 1번이랑 3번은 아니고... 결핵은 넘 쌩뚱맞으니까 4번도 아니고. aspergillosis도 그러니까 5번도 아니지. 남은건 BAL. 음 가래가 없으니까 일단 폐포액을 얻어봐야지.

 

B: (환자 병력은 대충 A와 비슷하게 파악) 근데 CT 소견이 완전 Halo sign이네? 이건 aspergillosis에 특이적인거라고 배웠는데... 마침 aspergillosis 있는 답 보기가 있네. 

 

C : 주증상은 3주 동안 지속된 기침인데, 가래가 없는 건 그 전에 항생제를 먹어서 그렇겠네. DM, Alcohol hx는 약제 내성 폐렴의 risk factor이고. 항생제 hx도 그렇고... DRSP(Drug resistant streptococcus pneumoniae)가 가장 의심되는데? 근데 가래가 없으니까 일단 폐포액을 얻어보는게 맞겠다.

 

답은 2번, 폐포액을 얻는 거다.

 

그런데 A는 답을 맞추었지만 그 접근 방법이 올바르지 못했으며 B는 답도 틀렸고 영상 소견에 너무 치중했다. 

 

의학 공부는 C처럼 해야 한다...

 

환자의 정보 하나하나를 Clue로 삼아야 하며 DM, Alcohol hx가 흔하다고 그냥 넘어가는 것은 분명 좋지 못한 습관이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니까.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언제쯤 나는 C와 같은 Insight를 지니게 될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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