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방은 처음이라 바둑의 고수들에게 입문 과정을 얘기해 달라고 하면 대부분 어깨너머로 배웠다고 말한다. 바둑 천재로 불리는 이창호 역시 기력 10급의 할아버지께서 벌이던 대국을 보면서 처음 바둑을 접했다고 한다. 오랜 관전을 통해 검은 돌과 흰 돌이 교차하며 승부를 가르는 반상을 읽는 수를 익혔다는 것이다. 수술방의 차가운 공기는 이곳이 바깥과 철저하게 분리된 공간임을 늘 상기시켜준다. 인턴과 간호사들, 집도의의 일사불란한 태도와, 각종 수술도구들이 근육, 지방을 자르고 피를 지혈하면서 나는 냄새는 나를 마치 저 멀리 우주로 데려다 놓은 듯했다. 실습학생들은 의사나 간호사가 쓰는 파란 모자를 쓰지 않고, 노란 모자를 쓰게 되어 있는데, 간호사 선생님은 그걸 보더니 마치 병아리 같다며 웃으셨다. 외과 실습과 내과 실습의 가.. 2020. 5.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