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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지난 겨울, 한 언론사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만난 한 기자님은 취재 자체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매일 글 쓰는 일이 루틴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 조금 힘들다고 하셨다. 나는 매일 글로 남기고 싶은 일들을 경험 중이라 참 다행이자 행운이다. 화요일에는 처음으로 내가 케이스를 맡은 환자를 직접 보러 갔다. 환자분은 CML(만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병을 앓고 계신 분인데, 실습학생이라고 신분을 밝혔음에도 흔쾌하게 이것저것 대답도 잘해주시고 신체진찰에도 기꺼이 응해주셨다.(실습과정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케이스 발표는 해당 환자를 초진 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쓰인다-처음 보았을 때 신체 소견, 검사 소견, 그로 인해 추정되는 진단, 그 진단들을 감별하기 위한 다른 검사들, 최종 진단을 포함하는 식이.. 2020. 5. 24.
언제쯤이면 익숙해질까요 응급실에 있던 2주 간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5일에 걸친 추석 연휴가 있다는 말 이면에는 어떤 뜻이 자리하는지 나는 몸으로 직접 겪을 수 있었다. 작년만 해도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유쾌하게 웃던 선배들은 이제는 인턴이 되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걸 지옥이라고 불렀다. 응급실은 그러니까, 생각과는 사뭇 다른 곳이었다. 꼭 피가 철철 흘러내리고 내장이 으깨져야만 사람들이 응급실에 오는 건 아니다. 상처에서 피가 솟구치는 것은 차라리 살아있다는 반증일지니, 그렇지 않고서 생명의 빛이 서서히 꺼져가는 것을 보는 것과 같이 무서운 일이 또 있을까. 심정지 상황은 응급실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보통 하루에 1~2회에 있는 정도라고 한다. 물론 내 입장에선 흔치 않은 경험이다. 처음 CPR(심폐소.. 2020.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