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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즈음에 말에는 이상한 힘이 있어서, 입 속으로 되뇌기만 하던 말도 내뱉고 나면 한층 더 그 힘이 공고해지는 느낌이 든다. 어릴 적부터 나는 차마 내뱉지 못하고 뒤로 기꺼이 삼킨 말들이 많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내게는 오직 끈기만이 남았다. 어릴 적 나는 수학을 좋아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으니 아름다운 것이라 했었나. 잘하지는 못했으나 그런 까닭에 더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똑 부러지는 학문에 뜻을 둔다면, 나도 어쩌면 매사에 논리적이고 그럴듯한 삶을 영위하게 될 것을 굳게 믿었다. 그리고 의학은 그러한 이유 아래에서라면 어떻게 보아도 더할 나위가 없어 보였다.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직접 마주한 의학은 수학보다는 살아 숨 쉬는 생명을 담보로 한 경제학에 가까웠다. 한가운데서 방향을 잃은 나는 파도를 만.. 2020. 5. 24.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책 서평 우선,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아버지가 된 사람들과 언젠가 아버지가 될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쓴다. 나아가서는 주변 남성을 이해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의학을 공부하다 보면 대개 65세 이상을 elderly, 즉 노인으로 정의한다. 물론 기타 다른 건강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가이드라인 상으로 고령 환자에 해당이 되면 우선 치료나 향후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똑같이 무릎에 관절염이 심하게 있어도 58세 남자 환자와 아스피린을 복용 중인 86세 여자 환자의 치료는 당연히 다르다. 58세 남자 환자라면 TKR(슬관절 치환술)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심장 문제 때문에 아스피린을 복용 중인 86세 여자 환자는 출혈 위험성과 나이 때문에 수술보다는 가.. 2020. 1. 3.